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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겨읽기

내 인생에 문학은 어떻게 적용되었는가?|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by 나나사 2022. 2. 18.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 교보문고

문학 작품에 숨겨진 25가지 발명품 | [추천사 이어서] 대서사시이자 걸작이다. 앵거스 플레처는 머나먼 역사와 현대의 신경과학까지 총동원하여 인간이 문학을 왜 만들었는지, 더 나아가 세상을

www.kyobobook.co.kr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

앵거스 플래처 지음|박미경 옮김

 


'몬테크리스토 백작'을 읽었을 때(10살의 나에게는 매우 두꺼웠던 책) 느꼈던 성취감을 잊지 못해서인지 나는 그 이후로 다양한 문학을 읽었다. 

어린시절의 나에게 문학이란 책을 읽는 행위를 바탕으로 한 성취감 향상이 주된 목적이었다. 

그렇게 성취감을 고취시켜 가며 다양한 문학들을 섭취하던 어느 날이었다. 

책을 다 읽으면 또 다른 책을 사주겠다는 엄마의 말에 기필코 책을 다 읽어서 다음날 다른 책을 또 구입해야지 했던 11살 쯤의 나는 그 날 밤 과도한 코르티솔의 분비로 밤에 잠들지 못했고, 결국 그 책은 다 읽지 못했다. 

소설책을 격파?해가며 쌓았던 성취감이 무너지는 날이었다. 

어린 나에게 과도한 코르티솔을 분비하게 했던 책은 '쉿! 오싹오싹 무서운 이야기' 같은 류의 어린이 공포소설이었다. 

 

내게 과도한 코르티솔이 분비가 되었다고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를 읽은 후였다. 

책이 그저 나의 성취감을 고취시켜주는 도구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경험을 다시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지금 문학이 필요하다는 추상적으로 문학의 필요성과 문학의 역할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신경과학를 전공한 저자는 문학에서 경험하는 것이 우리의 뇌와 신체에 어떻게 작용하게 되는지 쉽게 설명해준다. 

 

공감은 대뇌 피질의 '관점 수용 네트워크'라는 최신 신경 회로에 의해 작동된다. 
심리학자들은 우리가 남들을 비웃는게 아니라 남들과 함께 웃으면, 뇌에서 고통에 대한 내성을 상당히 키워주는 엔도르핀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파라노이아는 우리 뇌의 가장 오래된 요소 중 하나인 위협 탐지 네트워크에서 비롯된다. 이 네트워크는 수억년 전, 그러니까 우리가 인간이나 포유류, 심지어 파충류이기도 전에 진화됐다.

 

이러한 접근은 이 책을 더욱 편안하게 느끼게 되는 방식이기도 했고, 내용을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조금 더 편안하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은 어떤 방식을 강요하거나 요구하지 않아서이다. 

파트의 마지막에는 늘 다양한 책을 소개한다. 

하지만 그 책들이 꼭 정답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홍루몽>을 다 읽은 다음엔, 수치심을 낮춰서 자아수용을 증진시킬 다른 작품을 더 읽어보라. -중략- 또 당신이 속한 사회와 반대되는 규범을 지닌 사회에서 벌어지는 비극적 로맨스에 푹 빠져본다면, 당신에게 부족한 음이나 양을 언제든지 보충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이 책에 등장해야 하는 문학들을 다 읽어야 하나? 다 읽지 않으면 이 책에 공감할 수 없고, 지식인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었는데 파트 마지막에 저자는 '굳이 내가 제시한 문학이 아니더라도~'가 붙어서 다소 안심되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책은 '꼭!' '필수적으로' 무엇인가를 해야한다는 메세지를 주는 경우가 있어 책을 다 읽어도 뭔가 좌절되는 것 같은 씁쓸함을 느끼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면에서 매우 개방적이여서 편안했다. 

그러한 개방이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읽었던 문학들을 돌이켜 보며 내가 얻은 발명품들은 무엇이었는지 더욱 확장하여 생각할 수 있게 해주었다.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다른 것 처럼, 책을 선택하고 읽는 이유도 각자 다양하다.

내가 책을 읽었던 것은 앞서 말한 것 처럼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통한 성취감의 획득이었고, 그 후로는 많은 작품을 접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과 의무감 같은 것 때문이었다. 

그래서인지 내가 문학으로 어떤 긍정적인 것 혹은 부정적인 것을 얻었냐고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단순하거나 혹은 추상적인 사람이여서 대답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 보니 나는 문학이 내게 어떤 힘을 준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문학을 접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학은 나에게 때로는 호기심, 때로는 용기를, 때로는 나 자신에 대한 풍자를, 때로는 로맨스를, 때로는 위로를, 때로는 수치심을 줄이는 식으로 영향을 주고 있었다. 내가 그냥 지나쳤을 뿐. 

 

다음 문학을 읽을 때는 이 문학에 나에게 진정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어떤 부분에 현재 내가 자극을 받고 있는지 고민하며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