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원리
권력이 무엇인지, 권력은 어떻게 얻고 잃는지, 또한 어떻게 해야권력을 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주목할 만한 통찰이 담긴 책._애덤 그랜트, 《싱크 어게인》, 《오리지널스》 저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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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원리
줄리 바틸라나, 티치아나 카시아로 지음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교실에서 자리를 비우면 반장 혹은 부반장이 선생님의 역할을 대신하며 자습을 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초등학교 시절 어떻게 자습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그 선생님은 시험기간이면 자습. 본인의 회의나 다른 일로 자습을 시키곤 했다.)
어느날 부반장이었던 친구가 교탁에 서서 자습을 감독하고 있었고, 떠드는 친구들의 이름을 칠판에 쓰는 업무를 맡았다. 내 자리 앞뒤옆으로 친하지 않은 친구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래서 떠들 일이 없었다. 그러다 지우개가 필요했는지, 뭐가 필요해서 옆에 친구에게 빌려달라고 짧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교탁에서 별안간 소리가 날아왔다.
"야! OOO! 니 왜 계속 아까부터 떠드는데? 진짜 니 너무 떠들어서 내가 너무 힘들다고!!!"
나는 내 이름이 들려 너무 당황해서 고개를 들었다.
"내 안 떠들었는데?"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니 계속 떠들었거든? 내가 니 때문에 진짜 너무 짜증나고 힘들다고!!"
부반장은 울면서 이야기했다. 나는 황당했다. 나는 그 날 그 친구가 싫어졌고, 담임 선생님도 싫어졌다.
내 앞뒤옆으로 자리한 친구들이 부반장과 친한 아이들이었고 그 친구들이 제일 많이 떠들고 있었다. 그런데 자기와 친하니 말은 못하겠고 한마디 했던 나를 잡고 분노한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이 때의 억울함이 생각날 정도로 억울했다.
그리고 권력에 대한 나의 반감은 이 때 촉발되었다.
권력이 주어졌을 때 제대로 활용한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다.
초등학생이었던 그 아이도 짧은 시간 가지고 있었던 권력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고, 그 뒤로 뉴스에서 접하는 수 많은 권력을 가진 자들은 개인적으로 권력을 사용했다.
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을 사용했고, 다른 이들의 이익과 삶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몇 번의 투표를 참관하고 참여해도 세상은 그대로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놀아나고 있다는 생각이 더욱 공고해질 뿐이었다.
특히 2016년에는 권력을 활용하여 개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지, 권력을 어디까지 더럽게 사용할 수 있는지 드러난 해였다.
파면 팔 수록 권력 사용은 상상을 초월했고, 뉴스는 매일 매일 속보와 특종이었다.
경악스러운 뉴스를 접할 때 마다 계속 속에서 욕도 치밀어 오르고, 화도 나고,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내가 권력을 견제하고 변화시킨 첫 행동이었다.
쏟아지는 뉴스에 화나는 것이 나 혼자였다면 이불 속에서 욕하고 말았을 것이다.
바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였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많은 이들이 함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제까지 나에게 시위라는 것은 폭력적인 것이었다. 물대포가 국민들을 마주하고, 컨테이너 철벽이 국민들을 마주하고, 어떤 동네에서는 용역들이 국민들과 싸우는 그런 것이 시위라 생각되어 쉽게 참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 속에서 그리고 비폭력적인 행사를 통하여 안전함을 느꼈고, 내가 역사의 한 켠에 무언가 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권력이 나쁜 것이 아니라 권력을 의심하고 견제하지 않는 것이 나쁜 것이다.
다시 선거철이다.
나는 또 두려워졌다. 누가 권력을 얻을 것이고 그 권력을 잘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불신에서 두려움이 생겼다.
누가 권력을 가지게 되어도 제대로 쓰지 못할 것 같다는 불신이 들면서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할 날이 오면 어쩌나 미리 걱정된다.
하지만 권력의 원리를 통해서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정해졌다. 누가 권력을 취하든 나는 견제의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
나는 늘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만으로 민주주의에서 나의 역할을 다 했다고 마음을 놓았다. 그리고 그냥 내가 찍은 사람이 당선이 되면 '양심'껏 잘해주리라 하고 내버려두었다. 하지만 궁극적인 나의 역할은 촛불을 들지 않을 수 있도록 그 전에 그들의 권력과 영향력을 견제하는 것이다.
이제는 그들의 양심을 믿지 않고 나의 냉철함과 전달력을 믿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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