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엔스의 멸망
우리가 직면하게 될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무시되는 문제에 관해 강력하게 논증된 경고를 날리는 책.-피터 싱어, 프린스턴 대학교 생명윤리학 교수, 《효율적 이타주의자》 저자“인류는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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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멸망
토비 오드 지음
하인해 옮김
나는 나의 세대가 마지막 혹은 마지막의 전 세대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지구온난화, 기후문제, 핵 문제, 지속되는 전쟁, 폭력 등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는 인류의 끝을 뜻한다고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그런데 청소년이라니?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보고, 미래를 보았을 때 현재 우리의 인류가 청소년 시기라고 표현했다. 무한한 가능성이 있지만, 충동적이며 다소 미성숙한 부분이 있는 청소년 말이다. 현재의 인류가 멸망으로 가는 초입에 있다고 생각한 나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주장이었다.
100만 년의 시간을 한 사람의 수명인 80년에 빗댄다면,
현재 인류는 열여섯 살 청소년기다.
이제 막 힘을 갖추었지만 여러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기 시작했다.
이제 시작이라니?
나는 저자가 말하는 극도의 비관주의자다. 나는 인류가 열여섯의 청소년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으며, 인류가 경험하게 될 앞으로의 미래가 고통스러운 쪽에 가까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헬조선(열심히 노력해도 살기 어려운 한국을 부정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라고 부르며, 어떤 세대를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고 부른다. 좁게 본다면 우리나라의 시대적 현상일 수 있지만, 넓게 본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인류, 삶, 인간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도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헬조선'과 '삼포세대'는 개개인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관점을 취하고 있다. 특히 '삼포세대'의 경우는 현재 내가 힘들고 어렵기 때문에 나은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바탕이 되는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미래를 꿈꾸지 않고, 인류로서 더 나아가지 않으려고 한다.
대한민국이 인류로서 더 나아가지 않으려는 모습은 2020년 기준 출산율 0.84명인 것을 통하여 쉽게 알 수 있다.
인류가 고통을 직면하는 것이 옳은가?
미래세대에게 이런 고통을 전달하지 않고, 세대를 이어나가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은 후에도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선택을 할 수 있는 문제라면 굳이 내 어려움을 다음 세대에게 전하지 않고, 마무리를 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것은 미래 세대에 대한 내 무지와 불확실성 혹은 비관적 입장 때문에 인류의 미래를 없애겠다는 오만함이었다. 전혀 현명하지 않았다.
인간으로서 나는 우리에게 어떤 미래가 있을지 모르며, 어떤 위기와 어떤 지혜가 있을지도 전혀 모른다. 하지만 현재의 내가 힘들고 두렵다는 이유로 미래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닫으려고 한다.
청소년기를 벗어난 미래의 인류는 우리보다 현명하고,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나갈 수도 있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것 처럼 자연적 위험이든 인공적 위험이든 어떠한 수치로 계산할 수 없다. 우리는 계산할 수 없는 위험에 그저 대비하고, 위험에 놓이지 않도록 노력할 뿐이다.
나와 같은 비관론자들은 위험에 놓이지 않도록 하려면 내 세대에서 모든 것을 끝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현재 세대의 모든 상황이 어렵고 힘들다고 미래 세대 역시 암울할 것이라는 장담은 없다. 장담을 해서도 안된다.
50:50 정도의 비율인 것 같다. 우리 세대는 미래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닫을 수도 있고, 미래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수도 있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인류의 힘이 계속 성장하다가 스스로의 존재에
심각한 위험을 가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위험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저자는 우리가 급격한 성장과 발전을 이루는 동안 발전하지 못한 지혜에 대해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급격한 기계의 발전을 이루었고 급격한 기계의 발전을 생활 곳곳에 적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가까운 예로 대형마트에는 셀프계산대가 증가하고 있고, 식당에는 로봇들이 서빙을 하고 있다.
인간의 편리함을 위한다는 것이 지혜라고 볼 수 있는가? 모든 것이 기계로 대체되면 발생할 어려움과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논의를 해 본 적이 있는가?
인간의 편리함을 위한다는 가면을 쓴 기계는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았고, 인건비를 줄인 기업은 인간의 자리를 기계로 대신하려고 한다. 철학과도 윤리학과도 사라지는 우리나라는 이런 기술의 진보에 얼마나 큰 지혜를 더해서 나아갈 수 있을까?
인류의 일부인 우리나라의 모습을 보니 사유와 지혜 없이 달리기만 하는 모습이다. 집단에서 인류의 위기에 대한 사유, 지혜의 중요성에 대해 알리고 고민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개개인의 사유와 지혜가 집단을 형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인류를 특별하게 한 건 신체적인 면이 아니라
지능, 창의력, 언어 같은 정신적인 면이었다.
우리가 무엇을 이룰지가 아니라 인내심, 신중함, 온정, 열정, 지혜를 발휘한다면
더 눈부신 인류 역사가 기록 될 것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를 특별하게 한 것은 기술적인 능력이 아니라 정신적인 능력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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