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정의란 무엇인가 등의 유명 서적들을 아직 정주행 하지 못했다. 늘 초반 50페이지를 넘기지 못해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책들이다. 타인의 해석도 '그런 류'의 책이라는 느낌이 있었다. 이유는 책의 두께와 다소 진중한 제목 때문이었다. 하지만 올해의 목표는 '책 편식하지 않기'였기에, 읽기로 마음먹었고 한동안 내 출근길의 친구가 되어주었다.
말콤 글래드웰의 얼굴이 책의 표지에 크게 실려있다. 이 사람의 이름은 모르지만 서점을 오고가며, 인터넷 서핑을 하며 종종 보았던 낯익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감수한 김경일 교수 역시 누구나 얼굴을 보면 '아~' 하고 알아보는 유명한 심리학과 교수이다. 이 책에 대한 정보는 그 둘의 얼굴과 이름이 다였다.
머리말을 읽으면서 말콤 글래드웰이 이 책을 통해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얼핏 그릴 수 있었고 매우 흥미를 끌었다.
이 책에서 사건이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발생한 일, 오해, 이해, 신뢰 등을 통합적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은 사건들을 매우 흥미롭고,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말콤 글래드웰이 오랜 기간 준비한 책이라서 그런지 내용은 탄탄하고, '왜 이 사건이 여기서 갑자기 튀어나와?' 하는 의문이나 갑작스러운 전개가 없이 자연스러운 연결성을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은 후 내 인생에서 경험했던 많은 사건들과 사람에 대해 '그럴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는 이해가 높아졌다. 개인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역사, 성격, 기질 그리고 상황을 이해해야 하는데, 돌이켜 보니 내 인생에서 가장 미웠던 사람, 가장 나를 힘들게 했었던 사람들이 이해가 되는 측면이 있었다. 특히, 사내에서 따돌림을 주도했던 그 사람은 내게 자리를 빼앗길 것 같은 불안과 경쟁을 부추기는 주변의 환경 등에 의해 '나에게 그런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겠구나.' 하고 이해가 되는 면이 있었다.
또한 우리는 눈 앞에 있지만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 내가 수 없이 믿고자 노력했던 상황들은 사실을 거짓일 수 있다는 것, 사람들은 아마 타인을 믿고 싶어하는 마음을 먼저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을 정리하면서 내가 만났던 사람, 내가 갈등했던 상황들이 더욱 잘 이해가 되었다.
하지만 다소 아쉬운 점은 책의 첫 머리 등장하는 여자 흑인과 남자 백인 경찰의 사건인 샌드라 블렌드 사건이다. 최근 미국 내 흑인 인권에 대한 문제가 크게 대두되고 있으며, 샌드라 블렌드 사건 이후에도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타인의 해석을 통해 샌드라 블렌드 사건을 비롯한 현재 발생하고 있는 흑인 인권 문제에 대해서 이해하고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다소 가볍고, 다소 개인적인 이해의 문제로 다룬 것 같아 아쉬운 점이 있다. 미국의 경찰의 행동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알려주고, 샌드라 블렌드와 경찰이 오해가 발생했다는 것을 다소 세부적으로 따져 알려주려고 한다.
하지만 정말 그게 끝일까? 정말 인종의 문제는 없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친절했다면, 서로가 올바른 소통을 했다면 정말 샌드라 블렌드는 죽음을 맞이 하지 않았을까? 현재 미국 내 진행 중인 흑인 인권 문제도 소통의 문제로 볼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이 책을 통해 삶과 사람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얻을 수 있었고, 현 시점에서 발생하고 있는 사건, 적용될 수 있는 상황들에 생각해보며 의문도 가질 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좋았던 책이었다.
단순히 읽고 좋다, 글을 잘 쓴다의 소감 뿐 아니라 지금 현재의 시대에 적용되고 있는지, 이 책으로 현실을 대입할 수 있는지 고민을 던져주었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었다.
우리는 같이 살고, 같이 살아간다.
이해할 수 없는 일도 많고, 상대방을 이해하기도 싫어지는 때도 있고, 상대방을 의심하고, 믿고 싶을 때도 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가 어떻게 행동해왔는지 나의 태도도 돌아보고, 앞으로 나의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기준도 재정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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