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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아무것도 행동하지 않은 사람이 된 것은 아닐까?|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by 나나사 2022.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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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의 세 사람 - 교보문고

메가 마줌다르 장편소설 | ★ 편혜영, 마거릿 애트우드, 오프라 윈프리 강력 추천 ★ 출간 즉시 〈뉴욕 타임스〉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 ★ 〈뉴욕 타임스〉 〈아마존〉 〈릿헙〉 선정 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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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이수영 옮김 


주인공은 지반, 러블리, 체육교사다.

지반은 소셜미디어의 댓글과 소통 때문에 예기치 않게 정부에 반하는 사회적 범죄에 연루되게 되어 감옥에 가게 된다.

체육교사는 가난하고 밥을 잘 챙겨먹지 못하지만 운동능력이 뛰어난 지반을 가르친 적이 있고, 열심히 하는 지반의 모습에 나름대로 잘해줬지만 표현이 서툰 지반의 행동을 배은망덕하게 여겼다. 

러블리는 지반에게 영어공부를 배웠으며, 지반에게 교과서도 전달받는 등의 호의를 받았다. 

이들은 지반이 감옥에 가게 된 후 재판에서 하얀천을 사이에 두고 만나게 된다. 

지반은 이들의 증언으로 감옥에서 풀려날 수 있을까?

 

「운명, 편견, 계급, 부패, 군중, 정치적 극단주의의 불길이 덮친 세계 그 불타는 소용돌이에서, 가장 절박한 소송이 시작된다」

 

라는 강렬한 문구와 편혜영 작가의 추천사 덕분에 책을 선택했다. 

운명, 극단, 불길, 소용돌이, 절박 등의 다채로운 단어를 사용해서 얼마나 내용이 강렬할지 기대했다. 

하지만 내용은 뻔했다. 결말도 뻔했다. 

나쁜 뜻의 뻔함이 아니라 반전이 없는, 그냥 상상할 수 있는, 현실적인 내용이라는 뜻의 뻔함이다. 

 

인도, 여성, 반정부, 정권, 정치, 빈곤 등의 다양한 단어로 조합할 수 있는 결말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지반에게 닥친 너무나도 드라마틱한 사건은 너무나도 일반적으로 해결이 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그 결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서 놀라지도 않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뭔가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반이었다면? 내가 러블리였다면? 내가 체육교사였다면?

내가 지반이었다면 지반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내가 러블리였다면 러블리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고, 

내가 체육교사였다면 체육교사처럼 행동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반의 인생의 관점에서는 굉장히 불합리하고 억울할 수 있는 일이지만, 각자의 삶의 관점에서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다.

나 역시도 내 인생에서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이고, 언젠가는 죄책감도 없이 미안함도 없이 내 편안과 안위를 위해 잘 살아갈 것이다. 

과연 그게 맞나?

무엇인가 빠진 것 같다. 뭐 정의랄까? 공정이랄까? 우리 사회에 공공연하게 퍼져있는 그 단어와 그 감정, 그에 따른 책임감 말이다. 

 

나는 책의 내용이 단순히 인도에 거주하는 빈곤한 한 여성에게 발생할 수 있는 당연한 일이라고 나 스스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반이 한국에 거주하는 여성이라면 지반이 아니라 지혜거나 지영이라면 그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더 억울하고 더 분하고, 더 분노하며 책을 덮지 않았을까?  

 

나는 당연히 그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결말을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나도 늙은 것인지, 아니면 사회에 순응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무기력한 인간이 된 것인지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된다. 예전에는 책 속 누군가에게 그리고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사회를 만든 누군가에게 혹은 종교에게 분노했을 것 같은데, 왜 이렇게 변했을까? 

'당연히 그럴 것 같았어. 그럴 줄 알았어.' 하는 식으로 분노없이 그 사회,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은 어쩌면 어떤 것에 분노하고 반대하고 소리를 내어도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가 어떻게 표현하고 노력하더라도 미세한 움직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경험하면서, 그 미세한 움직임도 하지 않게 되니 콜카타의 세 사람도 담담히 받아들여진다. 

 

이제 이런 상황을 담담히 받아 들이게 된 나에게 질문을 던져봐야겠다. 

진짜 이대로 괜찮은지, 그냥 오래도록 있었던 일이니 이대로 살아가는 게 맞는 것인지,

러블리와 체육교사를 이기적으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일부로서 그럴 수 밖에 없다고 여기는 것이 맞는 것인지, 

내가 사는 사회와 콜카타의 사회는 다르니까 모르는 척 넘어가도 되는 것인지,

그렇게 눈 감고 모르는 척 해도 나는 괜찮은지, 

 

그리고 다시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