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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지음

나나사 2022. 8. 17. 22:01

 

 

시선으로부터, - 교보문고

정세랑 장편소설 | 출판계에서 2020년 가장 많은 시선을 모은 문학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라면 『시선으로부터,』를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시선으로부터,』는 예악판매 기간 중 종합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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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으로부터

정세랑 장편소설


남녀를 떠나 이 시대가 원하는 모두가 함께 존재하는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즉, 현실성은 전혀 없는, 상상 속에만 존재할 것 같은, 그래서 더 바라는 그런 소설이다. 

 

'심시선'이라는 인물로 부터 뻗어나와 가족을 형성한 이들은 시선의 강직함과 시선의 멋짐과 시선의 앞섦과 시선의 자유로움과 시선의 인정을 모두 빼다 닮았다. 소설을 읽는 내내 '나 역시 그들의 가족구성원이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누구 하나 멋있지 않은 이가 없었다. 

시선이 가진 재능을 하나 둘 물려 받은 자녀들은 각자의 역할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었으며, 늘 자신의 삶과 주변을 돌아 볼 줄 알고 배려와 덕을 갖춘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그 자녀들이 낳은 자녀들의 생활과 삶까지 우리 사회의 일면들을 축약시켜 놓은 모습이었다. 

트랜스젠더, 남성의 여성 대상 범죄, 범죄의 방과 및 침묵, 자연재해, 현대의 결혼관습, 부모자녀관계 등 이 시대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어떤 사건사고들이 공공연히 발생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소설은 한국에서 시작해서 하와이에서 끝이 난다. 

한번도 지낸 적 없는 '심시선'의 제사를 '심시선'이 시작한 하와이에서 지내자고 큰딸이 요청을 하고 미국에, 한국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하와이에 모이면서 '심시선'의 제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소설을 이야기한다. 

무더운 여름, 한창 휴가철에 육아로 집에 있을 수 밖에 없는 나는 매우 하와이에 가고 싶어졌다. 

한번도 경험한 적 없는 청량한 더위와 깨끗한 바닷물에 몸을 담그는 상상도 했다. 소설을 그렇게 현실적이지 못하지만 매우 현실적이다. 

 

앞서 이야기 했던 것 처럼 소설 속의 인물들은 매우 이상적이다. 물론 몇몇 이상적이지 않지만 현실적인 인간들이 등장한다. 뉴스에서 공공연하게 발견할 수 있는 가해자인 남성들 말이다. 현실과 비현실을 결합한 이 소설을 매우 읽기 편하며 우리 시대의 모습에 대해서도 돌이켜 보고 생각할 수 있게끔 한다. 

나는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어떻게 이 시대의 모든 문제와 어려움에 대해 한 권의 소설에 담을 수 있었을까? 정세랑 작가님은 얼마나 그릇이 큰 사람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 페미니스트가 아니지도 않은 사람으로서 이 책의 가해자가 남성에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은 다소 아쉬웠다. 매우 현실적인 가해자의 모습이었기는 했지만 이것을 여성 대 남성의 성별문제로 다루기 보다 사회적인 문제, 강자와 약자에 대한 초점으로 다루었다면 내 개인적으로는 훨씬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수월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나는 남성 대 여성의 문제였어도 또 하나는 강자와 약자의 문제로 초점을 맞췄으면 어땠을까? 

우리 사회의 문제는 여성 대 남성의 성별의 문제에서 오기도 하지만 가진 자와 가져야 하는 자, 가진 자와 가질 수 없는 자들의 갈등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소설을 매우 기분을 상쾌하게 한다. 

하와이의 어느 속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그 가족의 일원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되고 싶기도 하다. 

그리고는 생각한다. 

그 속에 있는 어떤 이의 모습을 꼭 하나씩은 닮아보겠다고 말이다. 

 

가볍게 읽기 좋지만, 생각하게 되고, 고민하게 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