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초생산성-마이클 하얏트 지음/정아영 옮김

나나사 2021. 7. 21. 10:32

저자는 '생산성의 목적, 진정한 목표는 자유에 있어야 한다.'(P50)고 말한다. 우리도 분명 직장을 가지고, 일을 시작했을 때는 금전적 자유, 시간적 자유, 삶의 자유를 위하여 일을 시작했을 것이다. 우리는 자유를 위해서 일을 하지만 일을 시작한 순간 우리는 자유를 잃어버리고 만다.

 

코로나 이전의 휴가철에 그런 장면을 많이 볼 수 있었다. 1년 내내 열심히 일해서 모은 돈으로 휴가를 준비했다. 야근을 하고, 휴가 전날 혹은 당일까지 혹시나 내가 해놓아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하진 않았는지 온 신경을 집중해서 일을 더 많이 한다. 휴가라는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 일에 할애해야 했다. 

그리고 휴가를 가서도 사무실에서 오는 연락을 받아야 하거나, 받지 않더라도 사무실에 복귀해야 하는 시간을 계산하면서 쌓여있을 일을 걱정한다. 그리고 다시 사무실에 돌아와서 예상대로 쌓여있는 일을 처리하고, 다음 휴가를 계획한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휴가를 가는 순간부터 '휴가가 시작됐네, 또 끝나겠네?' 하면서 온전히 그 휴가를 즐기지 못하고 온 경험이 있다. 

 

"네가 없어도 사무실을 잘 돌아가."

'내가 없어도 사무실이 잘 돌아간다고? 그럼 내가 사무실에 필요 없나?' 하는 불안감이 엄습했고, 나는 사무실에서 더 많은 일을 하고자 에너지를 많이 사용했다. 그랬더니 정말 무슨 일이 발생해도 사무실에서 다 나를 찾았다. 

그러니 자연히 내가 해야 할 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았고, 내 일은 엉망이 되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저 말이 얼마나 좋은 말인지, 내가 얼마나 날 위해 살았는지 알 수 있는 말이 된다. 

 

자발적 백수를 선택하고 백수생활이 5개월째 접어들었다. 분명 계획이 있었던 것 같은데, 계획이 사라졌다.

이 것도 해보고, 저 것도 해봤는데 잘 안되는안 되는 것 같았다. 다 해 본 것 같은데 안 되는 것 같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막막해졌다. 그러다가 '그냥 놀자. 일단 놀자.'가 되어 가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는데, '내가 백수인데 할 수 있는 게 뭐 있어? 메일을 확인할 일도 없고, 업무를 할 일이 없는데 이걸 어떻게 적용하라는 말이야?'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체인지그라운드에 올라온 동영상을 접했고 생각이 바뀌었다. 

인생이라는 큰 틀을 두고 이 책을 적용하려고 했더니 막막했는데, 내 생활의 작은 부분에 적용해보려고 했더니 생각보다 수월해졌다. 

 

지금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현재 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초점을 두고 갈망 영역, 산만 영역, 무관심 영역, 고역 영역을 찾으니 수월해졌다. 하지만 갈망 영역, 산만 영역, 무관심 영역, 고역 영역으로 나누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다. 평소에 '당연히 해야지!' 하고 생각했던 일들을 나의 열정과 능숙도로 나누려고 하니 쉽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영역별로 나의 열정과 능숙도를 나누어 보는 것만으로도 '그냥 놀자. 일단 놀자.' 하고 있던 나에게 명확한 목표를 안내해주었다. 

 

 

나는 나를 표현할 때 '원래 좀 구체적 혹은 계획적이지 못해'라고 자주 표현하고는 했다. 하지만 이는 온전히 집중할 수 없는 나의 심리적 요인 때문이었다. '이것도 잘했으면 좋겠고, 저것도 잘했으면 좋겠다' 하는 나의 욕심이 나를 이것저것 다 조금씩 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뭔가 하나를 잘하는 사람이 되지는 못했다.

그렇게 다양하게 이것저것 잘하던 나는 사무실에서의 업무에 점차 열정을 잃어가고 있었고, 그곳에서 멈춰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것'의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퇴사를 결심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내 것'의 일을 성취할 수도 없을 것 같이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나? 직장으로 복귀를 해야 하나? 그냥 이것저것 할 때가 더 즐거웠던 것 같다.' 등의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불필요하고 내키지 않는 업무를 잘라냄으로써 자유시간과 여유를 손에 넣는 것은 축하해야 하는 일이다! 양심의 가책을 느낄 일이 전혀 아니다.'(P168)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내가 쉽지 않게 퇴사를 결정했고, 이는 나를 위해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매번 남들에게 인정받으려고 일을 해왔다. 서비스직도 아니면서 내 만족보다는 상대의 만족, 상대가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일하다 보니 소진이 왔다.

하지만 쉬다 보니 돈이 필요하고, 돈이 필요하니 고역 영역의 일을 해야 한다는 당연한 생각으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이를 끊을 수 있었다. 나는 나의 자유가 아니라 당장의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나고자 원치 않는 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갈망 영역을 찾아서 일을 해도 충분히 성취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계획이 무계획인 사람이 아니라, 원래 구체적이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나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