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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라 쿤데라

나나사 2020. 11. 24. 21:33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라 쿤데라/민음사                            (너무 들고 다녀서 닳았음)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이 책에 대한 감상을 작성하려고 했으나, 나의 감상이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라 쓸 수가 없었다.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고 이제야 작성해본다. 

 

이 책을 언제 처음 알게 되었는지, 왜 이 책이 읽고 싶었는지는 상황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궁금한 것은 참을 수 없고, 하고 싶은 일은 당장 할 수 있다면 해야 풀리는 성미인지라, 점심시간을 쪼개서 이 책을 구매하러 달려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그 당시에 좋아했던 그림으로 하드커버가 된 책을 보고 '운명이다' 생각하며 흔쾌히 책을 구매했던 것도 기억난다. 

흔쾌히 구매했지만, 흔쾌히 완독 하지는 못했다. 3분의 1 정도 책을 읽고 중도하차 하게 되었다. 

당장 하고 싶은 일은 해야 성미가 풀리지만 포기가 빠른 성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출근길 친구가 필요하여 다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꺼내 들었고, 처음부터 읽어 나갔다. 

나에게 책은 두 번째 읽어도 처음 읽는 것 같은 낯섦과 어설픈 익숙함을 준다. 이 책 역시 살포시 기억나는 부분도 있었지만 지난번 중도하차 한 부분부터 이어 읽었다면 독서의 흐름에 방해가 될 뻔했다. 

 

이 책은 인간에 대해 깊고, 짙게 파고든다. 각각의 인간이 왜 현재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각자 그 선택을 어떻게 책임지고 살아내는지에 대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현재 나는 나의 현재를, 나의 선택을 얼마나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책 속의 토마스, 테레사, 사비나, 프란츠 중 누구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빗대어 보았다. 

외롭고 사랑을 갈구하는 테레사의 모습에서 나를 보았고, 체제에 저항하고 자유를 찾는 사비나에게서 나를 보았다. 아마 현재 나의 상황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기 때문에 나의 모습을 발견했는지 모른다. 

언젠가 또 읽게 된다면 토마스나 프란츠에게서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꿈에 대해 묘사하는 장면들이 많이 등장하는데, 프로이트의 꿈에 대한 연상과 해석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들이었다. 꿈을 해석적으로 이해하니 인물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꿈에 대한 장면을 테레사와 토마스와의 관계, 현재 테레사의 상황을 상상하여 읽는다면 더욱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처음 책을 샀을 때 다 읽지 못했던 것은 내가 성숙하지 못해서였을 수 있다. 

지금의 나는 이 책을 처음 샀을 때 보다 나이도 많아졌고, 직위도 변했고, 가정의 형태도 변화했다. 그래서 그때보다 조금 성숙해졌고, 이 책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순간이 되었던 것 같다. 감상을 기록하고 있는 현재 어떤 책을 만날 때도 시기가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때 보다 조금 성장한 나는 이 책이 참 좋았다.

나의 존재에 대해서 그리고 한 인간들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해보고, 고민해보고, 바라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