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사실 모두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해|모두 너와 이야기하고 싶어 해 은모든

나나사 2022. 5. 14. 17:13

죄와 벌을 읽은 후라 그런지 책이 수월하게 읽혔다. 

제목이 너무 흥미를 끌어서 책을 빌려왔다. 

'어떤 사람이길래 전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할까?'

혹은 '이 사람의 어떤 부분때문에 이야기를 하고 싶어할까?'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생물학과를 나와 현재는 과외선생님을 업으로 삼고 있는 주인공 경진이 최근 얼마간 휴식도 없는 생활을 하다가 일요일에서 화요일까지 쉬게 되면서 경험하게 되는 짤막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짤막한 이야기고 우리 일상에서 경험하기에도 짧은 시간이지만 가볍지 않은 시간과 일상이었다. 

평소 남의 이야기에 깊이 관여하거나 오지랖을 부리는 사람이 아닌 것으로 추정되는 경진은 오랜 과외 생활로 인하여 학생들의 잡담에 대해 대처해야 하는 방법을 충분히 하는 프로였다. 

어딘가 할 말이 많아 보이는 해미와의 수업시간이었는데 경진은 해미의 이야기를 듣기 보다는 수업의 진도를 나가는데 열중했고, 그날 과외가 끝난 후 해미는 가출을 했다. 

 

그리고 2년동안 찾아 보지 않았던 고향에 있는 엄마를 찾아갔고, 그 과정에서 이상하리만큼 많은 사람들이 평소와 달리 경진에게 말을 걸어왔다. 부녀도 있고 오랜만에 만난 고향친구도 있었고, 우연찮게 KTX 좌석을 함께 하게 된 사람들도, 목욕탕의 세신사도 있었다. 

 

우리에게도 그런 묘한 날들이 있다. 누군가 나에게 말을 많이 걸어오는 날이거나, 이상하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는 어떤 날들. 그런 날들에서 우리는 간혹 새로운 것을 깨닫기도 하고 발견하기도 한다. 

 

주인공 경진에게는 그 휴식이 그런 시간이었던 것 같다. 

2년 동안 변한 엄마를 마주한 것도 그런 엄마와 이전과 달리 대화를 할 수 있는 것도, 그리고 마지막에 가출에서 돌아 온 해미와 다시 마주앉아 수업을 하는 그 순간도 경진에게는 새로운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요즘에는 다양한 스마트폰 메신저가 일상이 되어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얼굴을 보는 것 보다 글자로 안부를 묻고, 관계를 한다. 그렇게 안부를 묻고 대면을 하더라도 우리가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하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스마트폰 메신저가 다양화 되었다고 우리가 사람들과 만나 대면하는 시간과 질이 다양화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어쩌면 점점 더 간편하고, 점점 더 가볍고, 점점 더 관계하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가 살갗을 맞대었을 때, 눈을 마주봤을 때 더 깊고, 더 다양하고, 더 진지해질 수 있다. 

사실은 모두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메신저로 주고 받는 가벼운 문장보다 소리를 통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더 많이 듣고, 더 많은 목소리를 나눴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