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암엔 왜 간다는 걸까 그녀는-구효서 지음
이 책은 그냥 손바닥에 들어 올 정도로 작았기 때문에 호기심이 들었다. 안에 어떤 내용이 있을까?
서문에 잠깐 등장하지만 1995년 출간된 구효서 작가님의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에 있던 단편 중 5편을 30년이 지난 현대의 독자들이 읽기 좋도록 최소한의 손질을 한 단편모음집이다.
'덕암엔 왜 간다는 걸까 그녀는', '카사블랑카여 다시 한번'을 제외하고는 이 단편이 자전적 소설의 모음인가? 생각했다.
'편지 읽는 여자', '당신의 바다는', '카프카를 읽는 밤'은 남자인 작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글 쓰는 작가의 고질병인 허리가 아픈 어떤 작가, 글을 쓰는데 기력을 다 해서 삐쩍 말라버린 어떤 작가, 글이 써지지 않아 글의 주제가 되는 동네에 갔지만 여전히 글이 써지지 않는 어떤 작가에 대해서 말이다.
자전적인 내용이 아니고서야 이렇게나 사실적으로 그려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한 번 씩 떠났다.
덕암엘 간다고 하고 바다를 가거나, 바다에 갔거나, 북한산을 떠났거나, 집을 떠났거나, 한국을 떠났거나, 삶을 떠나거나.
떠났다가 돌아온 주인공도 있고,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주인공도 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은 떠나기도 했지만 어딘가에 미쳐있기도 했다.
사랑에 미쳐있거나, 생활에 미쳐있거나, 글에 미쳐있거나, 삶에 미쳐있거나 그들은 그들만이 알 수 있는 떠남을 선택했고, 돌아오기도 영영 떠나기도 했다.
글로 표현해 낸 주인공들의 마음을 알 것도 같지만 나는 영영 모른 것도 같다. 나도 내가 왜 떠나고 싶은지 가끔은 이유가 없이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다.
사실 누구도 타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
그냥 그런가보다 하게 된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주인공들의 행동과 말을 그러려니하게 되었다.
내 주변의 누군가에게도 그러려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