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읽기

나에게 케이크와 맥주는 무엇인가?|케이크와 맥주|서머싯 몸 지음

나나사 2022. 6. 1. 18:20

 

 

케이크와 맥주 - 교보문고

■ 대중성과 예술성 모두 갖춘, 서머싯 몸의 풍자 소설 『케이크와 맥주』, 주인공 에드워드 드리필드의 실제 모델은 과연 누구인가 간결한 사실주의적 필치와 압축된 구성으로 해학과 풍자 넘

www.kyobobook.co.kr


케이크와 맥주 

서머싯 몸 

황소연 옮김 


책을 빌리고 보니 나의 무의식이 매우 많이 침투되어 있었다. 

임신 중 관리로 인하여 단 음식을 금지 당했고, 음주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집에 와서 책 제목을 보니, 이 책을 빌릴 당시 제일 먹고 싶었던 음식이 케이크와 맥주였다. 

조각 케이크 한조각이면 뭔가 심신의 안정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선택한 책이다. 

 

케이크와 맥주가 칭하는 바가 무엇일까 생각하며 책을 읽었고, 마지막에 작품해설이 없었다면 케이크와 맥주가 칭하는 바가 무엇인지 모르고 마무리 할 뻔 했다. 

내가 한입 먹으면 심신의 안정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케이크와 맥주는 삶의 유희와 쾌락을 대체하는 표현으로 셰익스피어의 희극 '십이야'에 등장한다고 한다. 

 

책은 어셴든의 시선에서 시작된다. 

앨로이 키어에 대한 대단히 섬세한 묘사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눈 앞에 그려지며 다는 다소 그 사람의 모습으로 살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앨로이 키어는 유명작가인 에드워드 드리필드의 전기를 쓰고자, 그의 젊은 시절 가까이 지냈던 어셴든에게 정보를 얻고자 한다. 그 과정에서 어셴든이 경험했던 과거의 에드워드 드리필드와 그의 아내였던 로지 드리필드,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만나게 된 로지에 대한 어셴든의 개인적 시선이 담겨있다. 

 

달과 6펜스도 그랬지만, 케이크와 맥주도 주인공이 주인공의 삶을 서술하는 형태이다. 

나는 생각보다 이런 시선이 잘 맞는 것 같다. 주체가 되는 인물의 삶과 감정을 세세히 알게 되는 것 보다 제3자의 눈으로 주체가 되는 인물의 인생을 상상해보는 것이 더욱 흥미롭기 때문이다. 

어셴든이 경험하고 보았던 에드워드 드리필드(사실 그렇게 지분이 많지는 않다.)의 삶과 고뇌를 상상하고 그려보면, 그가 왜 그 모든 것을 알고도 로지를 옆에 두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그리워했을지 눈 앞에 선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제3자의 눈으로도 로지도, 어셴든의 숙부와 숙모도, 앨로이 키어도, 에드워드의 두번째 부인도 적당히 거리가 유지되면서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시야가 넓어졌다. 

 

아마 에드워드 드리필드의 시선으로 모든 내용을 그렸다면, 나는 아마 그 사람에게 연민을 느꼈을 것이며 어셴든이든 조지경이든 로지이든 누군가를 혐오하고 미워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면에서 어셴든의 시점으로 상황을 표현하고 묘사한 것이 책에 나오는 모든 이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닌가싶다. 

 

시대는 변화하기 나름이다. 

언제나 유명할 것 같던 작가도, 어떤 시점 어떤 시대를 지나면 이름 조차 까먹어버리게 된다. 

예전에 존경을 받았던 직업도, 귀족, 양반 등의 타이틀도 시대가 지나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적응하기 위해서, 혹은 더 잘 살아보기 위해서, 그럴 듯하게 살아보기 위해서 

그 시대가 요구하고, 타인들의 시선에 맞게 살아가려고 한다. 

그래서 언제나 유행을 따르고, 존경받는 사람들을 함께 존경하려고 애쓰고 노력한다. 

 

어셴든은 그런 고집을 지녔다. 

자신이 좋아하고 선호하는 바가 분명했고, 그것이 유행과 대중과 다르더라도 그 의견을 져버리지 않는 모습을 가졌다. 

최근에 나의 모습은 타인들이 원하는, 타인들이 사는 것 처럼 살기 위해서 선의의 거짓말도 하고, 내 자신의 고집을 버리는 일도 종종 있었다. 

남들이 사는대로 사는 것은 편안하고 좋다. 그리고 갈등도 없다. 

왜냐하면 그들과 갈등할 일이 없이 그냥 다수가 하는대로 행동하고 생각하고 이야기하고 표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면, 나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선의의 거짓말도 해야하고 혹은 남들처럼 살아야 하기 때문에 나의 의사와 생각과 감정을 내팽개쳐야 할 때도 있다. 

 

이제껏 나는 후자의 인생을 살았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전자의 인생을 강요받게 된다. 

내 스스로 다수의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내가 생각하고 가지고 있었던 것들을 하나 둘 내려 놓는 것이 편하지 않는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그런데 결국에 나는 내 인생을 사는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선의의 거짓말을 하고, 다수의 생각과 일치하기 위해서 나를 버리는 일은 너무나 괴롭다. 

내 삶의 유희와 쾌락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살았을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로지의 방식이든, 에드워드의 방식이든 말이다. 

 

나의 삶에 케이크와 맥주는 무엇인지 고민해보게 되는 오후다.